마술
마술은 속임수다.. 지뉴슬리버스님의 글
마술강사 야초
2009. 2. 12. 10:47
[마술은 속임수다]
마술을 하면서 사람들로부터 ‘그거 속임수지?’, ‘어떻게 속인거야?’ 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분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마술사로서 이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분이 썩 좋을 수가 없습니다. 관객의 유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 마술도구에 달려드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마술은 정말 속임수일까요?
한국인들은 마술은 무조건 속임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신기한 장면을 눈 앞에서 목격한 사람이 놀라면서 '그거 어떻게 한거에요?!'라고 묻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것은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똑같구요. 간혹 눈을 부릅뜨고 알아내려고 애쓰며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경우 마술이 실수 없이 끝나면 크게 웃거나 박수를 치면서 'Wow, that's great!' 'Amazing!', 'Awesome!(미국애들이 잘쓰는 표현^^)' '그거 어떻게 한거야?(How did you do that?)' 정도의 표현을 하지 '너 어떻게 속인거야?' 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즉, deceived, hoaxed, cheated등 '사기치다'의 의미가 강한 표현을 하지 않죠. 어쩌다가 fooled 정도의 가벼운 표현을 쓰기는 합니다.
여러 마술사들께서도 경험하시듯 유독 한국사람에게 마술을 보여줬을 때 '어떻게 속인거냐?' '속임수 아니냐?' '난 속고는 못산다' 라면서 물고 늘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어쩌면 '불신사회 한국'의 일면이 이런 경우에도 반영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마술'이라는 것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자리잡은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이구요.
'속인다'라는 말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쩌면 마술은 정말 '속이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사전에서 뜻을 찾아봤습니다.
*속다 [-따] (자) (사람 또는 때로 동물이 거짓이나 꾀에) 그 말이나 행동이나 대상을 참인 것으로 잘못 알거나 받아들이다. 넘어가다.
이 정의에 따르자면, 예를 들어, '카드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디엔가 숨겨져 있는 것을 '진짜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며, '카드가 나타나는 것은' 이미 그곳에 있었던 것을 금방 나타난 척 하여서 카드가 '순간이동하거나 생성된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마술의 행위는 분명 '속이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마술은 실재로 눈속임이라는 것은 일단 인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지해야 할 것은 '속인다'라는 말의 정의에 대한 정확한 접근입니다. 사람의 지혜(꾀)로써 어떤 현상이나 대상을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마술은 분명 '속이는' 것이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아마 거의 100프로의 사람들이) '속인다'의 의미를 부정적이고 나쁜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데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속이는' 것을 '사기치다, 속여서 남에서 피해를 주다'라는 의미와 동등하게 본다는 것입니다. ‘속인다’는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속임’으로써 자신이 이득을 취하고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나쁜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삶 속에서 속임으로써 나쁜 결과를 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 배경을 놓고 본다면, 사람들이 은연중에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 '속임수'를 밝혀냄으로써 그 피해를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현대사회에서의 마술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작게는 마술사의 손가락 끝에서부터 크게는 화려한 대형무대 위에서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되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잠시나마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케 해주는 위대한 예술입니다. 그런 마술을 보는 관객의 입장은 당연히 그것을 즐기면서, 데이빗 블레인의 말을 인용하자면, 마술 과정에서의 '트릭'이 아니라 그 행위 전체를 '이펙트'로써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마술을 봄으로 인해서 관객이 피해를 보는 것이 있을까요? 관객은 마술을 보면서 놀라와 하고 신기해 하고 즐기면 됩니다. 마술사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하면서 마술을 연습하고 보여줍니다. 그리고 놀라면서 즐기는 관객들의 반응에 보람을 느낍니다. 관객들은 잠시 시간을 내서 마술사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것을 보면서 잠시나마 환상의 세계에 들어갑니다. 그 즐거움을 아는 이들은 비싼 돈을 내고 마술 공연에 가는 것도 아까워 하지 않습니다.
마술을 보여주었을 때 ‘그거 어떻게 속인거냐?’ 혹은 ‘속임수지?’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찌 보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제가 위에서 설명한 대로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마술은 분명 ‘속이는 행위’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런 소리를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응은 상황에 따라, 그리고 마술사 개인의 경험에 따라 재치와 임기응변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다만 마술사로서 여러분들이 레벨을 한단계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으시다면 그런 사람들 조차도 마술로서 기를 죽여버리는 경지에 오르셔야 합니다. 제가 자주 들르는 모 매직 사이트에 존경하는 어떤 마술사가 계십니다. 여러 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데, 마술을 우습게 보거나 단순한 눈속임으로 치부하며 예술이나 엔터테인먼트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분의 마술 철학에 따르자면, ‘마술로 아주 작살을 내고 밟아주어야’ 합니다. ^^ 좀 과격한 표현이지만 이 말의 핵심은 그 사람이 마술을 체험하도록, 그래서 믿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술사의 입장에서 자신의 마술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솔직히 저도 그런 친구들에게만 마술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을 가려서 보여주는 것은 어찌 보면 편식을 하는 것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당장은 편하지만 마술의 본질을 생각할 때 어떤 유형의 사람이라도 마술을 믿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사람을 피하기보다는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죠. 물론 그러기 위해선 좀더 깊은 마술의 세계를 찾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마술이 마약과 같이 점점 깊이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김지혁(Roslin)
마술을 하면서 사람들로부터 ‘그거 속임수지?’, ‘어떻게 속인거야?’ 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분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마술사로서 이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분이 썩 좋을 수가 없습니다. 관객의 유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 마술도구에 달려드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마술은 정말 속임수일까요?
한국인들은 마술은 무조건 속임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신기한 장면을 눈 앞에서 목격한 사람이 놀라면서 '그거 어떻게 한거에요?!'라고 묻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것은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똑같구요. 간혹 눈을 부릅뜨고 알아내려고 애쓰며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경우 마술이 실수 없이 끝나면 크게 웃거나 박수를 치면서 'Wow, that's great!' 'Amazing!', 'Awesome!(미국애들이 잘쓰는 표현^^)' '그거 어떻게 한거야?(How did you do that?)' 정도의 표현을 하지 '너 어떻게 속인거야?' 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즉, deceived, hoaxed, cheated등 '사기치다'의 의미가 강한 표현을 하지 않죠. 어쩌다가 fooled 정도의 가벼운 표현을 쓰기는 합니다.
여러 마술사들께서도 경험하시듯 유독 한국사람에게 마술을 보여줬을 때 '어떻게 속인거냐?' '속임수 아니냐?' '난 속고는 못산다' 라면서 물고 늘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어쩌면 '불신사회 한국'의 일면이 이런 경우에도 반영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마술'이라는 것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자리잡은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이구요.
'속인다'라는 말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쩌면 마술은 정말 '속이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사전에서 뜻을 찾아봤습니다.
*속다 [-따] (자) (사람 또는 때로 동물이 거짓이나 꾀에) 그 말이나 행동이나 대상을 참인 것으로 잘못 알거나 받아들이다. 넘어가다.
이 정의에 따르자면, 예를 들어, '카드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디엔가 숨겨져 있는 것을 '진짜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며, '카드가 나타나는 것은' 이미 그곳에 있었던 것을 금방 나타난 척 하여서 카드가 '순간이동하거나 생성된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마술의 행위는 분명 '속이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마술은 실재로 눈속임이라는 것은 일단 인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지해야 할 것은 '속인다'라는 말의 정의에 대한 정확한 접근입니다. 사람의 지혜(꾀)로써 어떤 현상이나 대상을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마술은 분명 '속이는' 것이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아마 거의 100프로의 사람들이) '속인다'의 의미를 부정적이고 나쁜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데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속이는' 것을 '사기치다, 속여서 남에서 피해를 주다'라는 의미와 동등하게 본다는 것입니다. ‘속인다’는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속임’으로써 자신이 이득을 취하고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나쁜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삶 속에서 속임으로써 나쁜 결과를 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 배경을 놓고 본다면, 사람들이 은연중에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 '속임수'를 밝혀냄으로써 그 피해를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현대사회에서의 마술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작게는 마술사의 손가락 끝에서부터 크게는 화려한 대형무대 위에서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되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잠시나마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케 해주는 위대한 예술입니다. 그런 마술을 보는 관객의 입장은 당연히 그것을 즐기면서, 데이빗 블레인의 말을 인용하자면, 마술 과정에서의 '트릭'이 아니라 그 행위 전체를 '이펙트'로써 인정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마술을 봄으로 인해서 관객이 피해를 보는 것이 있을까요? 관객은 마술을 보면서 놀라와 하고 신기해 하고 즐기면 됩니다. 마술사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하면서 마술을 연습하고 보여줍니다. 그리고 놀라면서 즐기는 관객들의 반응에 보람을 느낍니다. 관객들은 잠시 시간을 내서 마술사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것을 보면서 잠시나마 환상의 세계에 들어갑니다. 그 즐거움을 아는 이들은 비싼 돈을 내고 마술 공연에 가는 것도 아까워 하지 않습니다.
마술을 보여주었을 때 ‘그거 어떻게 속인거냐?’ 혹은 ‘속임수지?’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찌 보면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제가 위에서 설명한 대로 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마술은 분명 ‘속이는 행위’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런 소리를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응은 상황에 따라, 그리고 마술사 개인의 경험에 따라 재치와 임기응변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다만 마술사로서 여러분들이 레벨을 한단계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으시다면 그런 사람들 조차도 마술로서 기를 죽여버리는 경지에 오르셔야 합니다. 제가 자주 들르는 모 매직 사이트에 존경하는 어떤 마술사가 계십니다. 여러 면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데, 마술을 우습게 보거나 단순한 눈속임으로 치부하며 예술이나 엔터테인먼트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분의 마술 철학에 따르자면, ‘마술로 아주 작살을 내고 밟아주어야’ 합니다. ^^ 좀 과격한 표현이지만 이 말의 핵심은 그 사람이 마술을 체험하도록, 그래서 믿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술사의 입장에서 자신의 마술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솔직히 저도 그런 친구들에게만 마술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을 가려서 보여주는 것은 어찌 보면 편식을 하는 것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당장은 편하지만 마술의 본질을 생각할 때 어떤 유형의 사람이라도 마술을 믿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사람을 피하기보다는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죠. 물론 그러기 위해선 좀더 깊은 마술의 세계를 찾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마술이 마약과 같이 점점 깊이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김지혁(Ros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