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강의/2010-서명초등학교

[강의]서명초등학교 2010년 9월 8일 강의-링킹링 마술

마술강사 야초 2010. 9. 9. 01:57
진작에 아이들에게는 마술을 보여주긴 했었지만 막상 수업이 들어간건 거의 한학기가 다 지나서 넣게 되었다.
얘들아 미안~^^
오랫동안 마술수업을 들어온 종헌이 중간에 한번도 안쉬고 지금까지 마술을 배워왔다.
조용하지만 그래도 마술을 좋아하고 연습하는 것도 잘 하는 편이다.
오랫동안 한 건 아니지만 3년여간 마술을 강의해보니 학생들과 친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생과 제자라는 입장에 대한 선을 분명히 그을 필요도 있어보인다.
방과후는 학생 수에 따라 강사의 수입이 결정되는만큼 아이들에게 이끌려다니는 강사분들도 간혹 계신데,
처음에야 아이들도 친근감있게 다가올 수 있다고 느껴서 좋을 수도 있지만 수업이 단계별로 쌓아가면서 진행이 될수록
아이들의 집중력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강사와 학생과의 거리가 어중간해질 수록 강의의 질은 떨어지고 더불어 수강생 숫자도 줄어들게 된다.
1학년인 정민이.
초등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쉽게 생각해서 대충 가르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학년일수록 오히려 더욱 신경써야 하고 개개인별로 잘 살펴봐야 한다.
정민이처럼 털털하고 성격좋은 학생이야 큰 걱정이 없지만 내성적이고 상처를 받기 쉬운 타입의 학생은
정말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수업에 참여시켜야 한다.

많은 아이들을 가르쳐와봤지만 그 중에 단 한명도 완전히 비슷한 경우는 없다.
각각 개인마다의 개성이 있고 성향이 다르다. 근데 그게 그냥 가볍게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다.
마술수업을 예로 들면 직접 마술을 시켜보고 또 학생이 일찍 왔을때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보고 들어주면서 학생의 마음이 어떠한 지 정도는
파악할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 방학기간 동안 다친 학생이 있었는데, 다리에 깁스를 했었다가 개학한 후에 보니 깁스를 풀었다.
그냥 괜찮은가보다 하고 지나가기보다 꼭 관심을 가지고 안부를 묻고, 또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해주면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4학년 수형이.
공부도 잘하고 마술에 대한 이해력도 뛰어나다. 1월부터 8개월간 연속으로 마술을 빠뜨리지 않고 함께 하고 있는 녀석.
이녀석도 성격이 털털하고 좋아보이지만 아주 예민하고 상처입기 쉬운 구석이 있더라.. 그걸 최근까지도 모르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 그 이후부터는
마술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굴어도 그 외의 시간에는 항상 웃으면서 대하려고 노력한다. 학생수가 많거나 여러 상황에 따라 힘들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선생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만큼만 딱 다가온다. 그 점을 명시하자 강태진!
무료수강 지원학생의 경우에는 유료수강생보다 비교적 결석을 하는 일수가 많은 편이다.
세연이의 경우에도 방학때 결석이 잦았는데, 나중에 얘기를 듣고보니 언제 몇시에 어디서 하는지 장소를 몰랐다고 한다.
학교측에서 공지가 됐겠거니 하면서 무관심했던 강사인 내가 전적으로 잘못한 경우이다.
이전에는 마술강사라는 게 대단한 것마냥 아이들이 알아서 오지 않으면 챙기지도 않고 오는 애들만 상대로 강의를 하려고 한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은 어른처럼 철저히 규칙에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보살피고 습관을 들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즉 배려를 해야 한다. 어른으로서, 선생으로서, 좀 더 사회를 많이 겪은 인간으로서 손을 먼저 내밀고 따뜻하게 이끌어야 한다.
다른 수업은 어떨지 모르지만 마술수업은 수업전과 직후에 아이들의 요구가 엄청나다.
특히 수업 시작 전의 강사가 강의준비를 하는 시간 그리고 먼저 온 아이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애매모호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제일 처음 강사로 일을 할 때는 아이들이 보여달라는 대로 여러가지 마술을 마구마구 보여주었다.
그 중에는 나중에 아이들이 배울 마술도 있었는데, 미리 보여준 댓가로 아이들이 신기해하기보다 결과를 미리 알고 의심부터 하고 보게 만드는
결과가 생기기도 했다. 이건 철저히 강사의 부족함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정시에만 시작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아무것도 안보여주면서 숨기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건 심심한 거.
그렇기 때문에 기존에 배운 마술 중에서 약간의 응용을 넣어서 보여준다거나 아니면 이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학생들이 뒤늦게 오더라도 자연스럽게 제시간에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링 마술같이 난이도가 높은 마술의 경우에는 수업구성에 특히 신경쓸 필요가 있다.
성인부 수업처럼 정식으로 가르치다가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제대로 따라오지도 못하고 허공만 응시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마술수업은 유익하면서도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서 내 경우에는 링 마술을 강의할 때 난이도를 최소한 3가지 단계로 나눠서 강의를 진행하는 편.
1단계는 정말 쉽고 약간 코믹한 요소로 구성
2단계는 조금 어렵지만 신기하게 구성
3단계는 저학년의 경우에는 거의 하지 않고 고학년들만 2단계보다 좀 더 신기하면서 난이도도 높이는 정도로 구성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마술을 보여줄때도 강의를 할 때도 너무 친절하게 하진 않는다.
강의를 할 때는 아이들이 쉽게 빠르게 배울 수 있도록 설명서도 만들어주고, 바로바로 잘 배울수있도록 할수도 있지만
나는 아이들이 최대한 해당 마술에 부딪힐만큼 부딪히게 한 뒤에 짜증이 나고 화가날려고 할 때쯤 조금씩 방향만 잡아준다.
이 방법이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아이들의 집중력이나 이해력 추리력을 믿지 못하는 건 옳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들이 해법을 알아내고 연습을 할때 해당 마술을 가장 즐겁고 신기하게 보여줄 수 있게끔 연출을 교정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규민이처럼 초반에 마술을 들었다가 중간에 사정상 몇개월 쉰 뒤 다시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술은 이런 경우가 흔치는 않아서 나도 이번에 처음 겪어봤는데, 마술을 듣는 학생들과 똑같이 대했다. 복도에서 만나면 마술도 보여주고, 다음에 또 시간이 되면 마술 신청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종종 놀러오라고 해서 아이가 나를 보는데 있어서 어색해하지 않게 많이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대략 5명 정도의 예전에 수강햇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했다. 주욱 수강을 신청하는 학생들에게도 무척 고맙지만, 집안 사정이나 여러 사정상 중간에 끊었다가 다시 신청해주는 학생들을 보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재훈이처럼 늘 밝고 활기찬 학생들이라고 해서 내성적인 학생들보다 관심을 덜 두면 안된다.
오히려 장점인 부분들을 잘 살려주면서 또한 단점이 되는 부분들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칭찬만 하다보면 아이들이 나에게 마술 잘한다 라는 칭찬을 듣기 위해 강박관념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잘하면 잘하는 대로 적당히
못하면 차분히 다시 재지도를 하면서 혼자서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칭찬이든 따끔한 가르침이든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게 하려 한다.
은근히 남녀 간에 질투들이 대단하다.
보통 여학생들이 조용한 편이라 좀 더 이끌어내기 위해 자주 시키는 편인데, 이럴땐 남자 아이들이 자기 안시켜준다고 아우성을 치고 난리다.
발표라든가, 교정을 할 때도 적절히 조율하는게 좋겠다. ^^
링마술은 소재가 철로 만들어진상태라 땀이 많이 나는 학생들이 링을 만지면 쇠냄새 비슷한게 날 수 있다. 그래서 미리 휴지를 준비하거나 땀을 처리할 수 있게 준비해두고 수업을 진행하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술은 상상력이다.
아이들에게 가르칠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얘들아 상상을 해. 실제로 문질러서 링이 순간적으로 녹아서 구멍이 열린다고 상상을 해.
그럼 관객도 니가 상상하는 걸 볼 수 있어.
강의용 마술이라고 무시하기보다는 꼭 자신의 마술로 만들어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보이는만큼만 믿는다. 내가 억지로 신기하게 보여주지 않더라도 정말 신기하다면 반응을 보이고,
아무리 신기하게 보여주려 하더라도 그게 억지스러우면 아이들의 반응이 냉담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마술이라면 이야기를 꼭 넣어서 한다든가, 아니면 여러가지 연출로 마술을 구성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진지한 느낌만 가미하기보다는, 중간중간 살짝씩이라도 웃을 수 있게 해준다면 더욱 좋지 않을 까.
수업을 할 때의 책상 구조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사진처럼 과학실에서의 수업은 조별 책상이 있어서 얼핏 봤을 때는 좋아보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거나 함께할 대
자칫 집중이 잘 안될 수 도 있고, 공간이 좁아서 서서하는 마술의 경우에는 상당부분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수업공간의 구성에 관해서는 아직 나도 확실한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 환경이 주어지는 것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편이지만
좀 더 공부를 해야 한다.


수업에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건 역시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다.
웃음도 자주 웃어봐야 잘 웃을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렇기에 늘 아이들이 내 수업시간에는 웃게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한다.
뜬금없이 웃긴 표정을 짓거나,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거나 해도 아이들은 잘 웃는다.
그리고 수업 내용에서도 꼭 웃길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서 아이들이 수업도 마술도 모두 즐겁다는 걸 느끼게 한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내 생각대로 따라와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해볼 수 잇는 건 다 해볼 생각이다.



백경숙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니 기록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다 기록하고자 하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아직은 부족한 것 투성이에 모르는 것 뿐일지라도 이렇게 부족한 나를 드러내 보일수록 더 강해지고 똑똑해지고
좋은 강의를 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P.S: 잘 모르면서 시끄럽게 떠들어댄 것 같아서 죄송스럽기도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