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 갈라파고스
- 저는 긴급구호 현장 식량 담당인데, 올해 전세계적 금융위기, 식량위기로 150만 명에 대한 지원을 접어야
했어요. 그 150만 명은 하루 한 끼로 겨우 연명하는 사람이에요. 이미 벼랑 끝에 와 있는 사람을 밀쳐버린다는 느낌에 너무 가슴 아프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식량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죠.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이걸 읽을
때 분해서 손이 막 덜덜 떨렸어요. 그리고 <굶주리는 세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너무 궁금하지 않아요? 세상에는 60억 인구를 모두 뚱뚱하게 만들 수 있는 식량이 있다면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지? 현장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식량담당관이 어린 아들과 ‘식량은 많다면서 왜 굶주려?’와 같은 질문을 주고받는 이야기거든요. 단숨에 읽을 수 있으면서도 무게가 느껴지는 책이에요.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식량 문제에 대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구나, 란 생각을 하게 될 거에요. 저는 이런 책들을 보고 이론을 공부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식량 정책을 공부하러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 단순한 기쁨
- 아베 피에르 | | 마음산책
- 피에르 신부님을 소개합니다. 정말 매력남이고 프랑스의 신부님이세요. 굉장히 부잣집 아들이었는데, 기득권을 버리고
사제가 되면서,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후에는 엠마우스 운동이라는 노숙자를 위한 사회 운동을 하신 분이에요. 제가 월드비전에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요, 여기에서 말하는 이 한마디가 늘 지금까지도 제 마음에 남아있고 무슨 일을 할 때마다 굉장히 큰 기준이 되요. 뭐라고 하셨냐면
‘타인 없이 행복할 것인가 타인과 더불어 행복할 것인가.’ 우리는 그 둘 가운데에서 선택을 할 수 있잖아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월드비전 들어가기 전에 우연히 서평을 쓰게 되어 읽게 되었는데, 그때 이 신부님이 저에게 화두처럼 준 이 한마디가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사제로서, 사회 활동가로서, 같이 있는 동시대 사람들을 사랑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우리한테 고스란히 보여주는 일기장, 고해성사 같은 책입니다.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책이고요, 세상에 우리와 같이 사는 사람 중에서 이렇게 멋진 사람, 그 한 사람을 소개하는 그런 책입니다.
- 기발한 자살 여행
- 아르토 파실린나 | | 솔
- 기발한 자살여행이라는 책이에요. 근데 사실 자살을 권한다는 게, 아무리 책이지만 내키지가 않잖아요. 아르토
파실린나는 핀란드 작가인데, 이 작가가 대단히 유머러스한 친구에요. 우울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책이 절대로 아니에요. 이 책은 문장이 거의, 한
문장이 한 줄도 안 될 만큼 아주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거기에서 정곡을 찌르는 유머가 있고요. 집단으로 자살여행을 갔다가, 사람들이 긴 여행을
하면서 삶은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롭고 살만한 것이로구나 하는걸 느끼는 내용이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이 어찌나 유머러스하고 가슴 따뜻한지, 진짜
그런 여행이라면 자살여행이라도 할만하다, 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이 작가를 한 명 만나면서,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작가들은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정말 재미있고 좋은 책입니다. 아주 신나게 읽은 소설입니다.
- 소방관이 된 철학교수
- 프랭크 맥클러스키 | | 북섬
- 삶과 죽음을 동시에 맞닥뜨리고 있는 소방관이라는 직업과 철학 교수의 직업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 책 뒤로
갈수록 굉장히 중요한 생각거리를 주시더라고요. 사실 긴급구호를 보통 소방관에 많이 비유를 해요. 조금 위험해도, 다른 사람들은 다 도망가도,
우리는 들어가서 불을 꺼야 하고, 특히 사람의 목숨이 위험할 때는 우리의 목숨도 각오하고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자기를 삼켜버릴지도
모르는 불길과 맞닥뜨렸을 때 인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그걸 다시 한번 꺼내서 생각하게 했어요.
그리고 이 철학교수가 대가란 여러 가지 시련과 여러 가지 잘못된 선택, 여러 가지 자기를 단단하게 하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하나의 크리스탈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굉장히 고개가 끄떡여졌어요. 내가 이 분야에 대가가 되려면 실수도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고, 이런 나쁜 결정이나 두려움, 비겁한 결정도 때에 따라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구나, 그러면서 나중에 조금 더 좋은 결정을 하게 되고, 좀 더 다같이 모두에게 좋은 결정을 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 책입니다.
- 행복의 정복
- 버트런드 러셀 | | 사회평론
- <행복의 정복>이 사회평론에서 다시 나왔는데, 물 흐르는 듯한 번역이란 게 이런 거구나, 역자에게 고맙다,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오는 책이에요. <행복의 정복>. 이것만 읽으면 행복을 정복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요. 자기가 불행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 정체가 무엇인가? 자기가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그 정체가 무엇인가? 라고 묻는 책이에요. 정체를 알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있는 행복이 되는 것이잖아요. 이 책은 여러 번 읽었는데 역시 고전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달콤하지만 딱 먹어보면은 바닷물과 같이 더 목이 마르게 하는 책들 사실 많잖아요. 이거는 딱, 아 이게 샘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고전은 20대 읽었을 대와 30대 읽었을 때, 40대 읽었을 때 다르다더니 정말 그렇구나, 라고 느끼게 하는 책이에요. 이건 앞으로도 한 3년마다 반복해서 읽을 책이 아닐까 생각해요.